여자친구 블로그 검수를 도와주다가 어쩌다 자동화 시스템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시작은 진짜 소박했지만, 인간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시작은 여자친구였다

여자친구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글 올리기 전에 맞춤법이나 어색한 문장을 봐달라는 요청이 종종 오다가 점점 빈도가 늘어났습니다. 귀찮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마침 구독은 해놓고 거의 안 쓰던 Grok이 떠올랐고, 페르소나 설정을 해서 검수 역할을 맡겼더니 생각보다 꽤 잘 됐습니다. 여자친구 반응도 좋아서 “이거 괜찮다” 싶었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처음엔 검수만이었는데 요청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태그 추천도 해줘, SEO에 맞게 제목도 좀 다듬어줘 하다가 나중엔 글 자체를 써달라는 데까지 왔습니다. 문제는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는다는 거였는데, 결과물을 보여주면 “음, 좀 아쉬운 것 같은데”라는 식의 반응만 오고 뭐가 아쉬운지는 말을 안 해서 알잘딱깔센으로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검수에서 시작해서 태그 추천, SEO 최적화, 글 작성까지 하다 보니 어느새 AI 블로그 어시스턴트를 직접 세팅하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비슷한 걸 만들어본 적 있었다

유튜브, 릴스, 틱톡 콘텐츠 자동화 대시보드를 만들어놨던 경험이 있었는데, 트렌드 키워드를 뽑아서 숏폼 스크립트를 생성하고 일정 관리까지 묶는 구조였기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도 흐름이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비슷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기술적으로 막힌 건 없었습니다. Playwright로 브라우저를 제어하고, Claude API로 글을 생성하고, Naver DataLab으로 트렌드를 분석하는 식으로 퍼즐 조각은 다 있었고 조립만 하면 됐습니다.


의외로 제일 어려웠던 건 코드가 아니었다

여자친구 글체를 학습하는 건 기존 글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그걸 보여주면서 페르소나를 잡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정작 내 자신의 글쓰기 페르소나를 만드는 게 막막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글을 쓰는 사람인지를 AI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써줘”라고 하면 AI 특유의 말투가 나오고 조건을 추가할수록 어딘가 억지스러워지면서, “나답게”가 뭔지를 언어로 정의하는 작업이 제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닌데, 이 글도 몇 번 고쳤습니다.


이 블로그는 그래서 시작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계속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엔 코드를 올리기도 불편하고 시스템 얘기를 풀어놓기엔 포맷이 맞지 않아서 여기를 따로 팠습니다. 기록용이기도 하고 독자가 생기면 좋겠기도 한데, 비슷한 걸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얘기하고 싶고 질문도 받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vLLM으로 로컬 모델 서버를 띄운 것이나 프롬프트 캐싱으로 API 비용을 줄인 것들을 써볼 생각입니다.


귀찮음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사실 아직도 귀찮긴 합니다. 그게 오히려 자동화를 계속 개선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