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사항은 항상 예상을 초과하기 때문에, 처음엔 간단한 도구였던 것이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대시보드가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Claude Code 프로젝트였습니다

시작은 여자친구 글 검수였는데, Claude Code로 프로젝트를 열어두고 거기서 직접 피드백을 달았더니 편하고 잘 됐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 조금씩 기능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태그 추천이 생기고, SEO 개선 제안이 생기고, 발행 자동화가 붙었는데, 이것들은 계획한 게 아니라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붙인 것들이 쌓인 결과였고, 어느 순간 이걸 Claude Code 프로젝트라고 부르기엔 좀 애매해진 시점이 왔습니다.


자동으로 써줬으면 좋겠다

그 시점에 여자친구가 “자동으로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처음에는 Claude Code 사용법을 가르치려 했는데, 어차피 같이 쓰는 프로젝트니 직접 다루면 편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반응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았고, 인터페이스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요청만 하면 결과가 나오는 구조를 원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서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직접 웹 페이지를 만들어서 넘겨주는 게 더 빠르다고 판단했는데,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는 시간이 도구를 만드는 시간보다 길어지면 순서가 잘못된 거니까요.


내 말투랑 똑같다

첫 글 결과물을 봤을 때 여자친구 반응이 “완전 내 말투랑 똑같다”는 것이었는데, 기존 글을 학습 데이터로 쓴 구조였으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막상 그 반응을 들으니 방향이 맞다 싶었습니다. 이 시점부터 단순 웹에서 카카오톡 채널 봇으로 전환했는데, 주제나 키워드 몇 개를 던지면 기존 문체와 어휘와 구조를 참조해서 글을 생성하는 방식이라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요청만 하면 됐고, 반응은 편하다는 쪽이었습니다.


그럼 나도 직접 써보자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는데, 여자친구 글은 학습할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 있었던 반면 나는 그게 없었고, 글이 없으니 페르소나 학습이 아예 불가능했습니다. 카카오톡 봇을 대시보드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도 여기서 비롯됐는데, 직접 써야만 데이터가 생기는 구조라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대시보드를 만들면서 내 페르소나가 없다는 문제를 직면했고, AI로 글을 쓰면서 조금씩 다듬어나가다 보니 “그나마 발행할 수 있겠다” 싶어진 시점에 첫 글을 올렸습니다. 완성된 페르소나를 먼저 만들고 시작하려 했으면 영원히 못 시작했을 겁니다.


결국 도구는 쓰는 사람을 따라갑니다

되돌아보면 이 시스템이 커진 건 기술 때문이 아니었는데, 여자친구 요구사항이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시스템이 한 단계씩 올라갔고, 내가 직접 쓰겠다는 결정이 대시보드 형태를 완성시켰습니다. 도구를 만드는 것보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가 결국 방향을 결정한다는 건데, 기획자가 없었는데도 방향이 있었던 건 사용자가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요구사항은 계속 들어오고 있고, 그게 이 시스템이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